2022년 3월 16일 수요일

지옥 극락은 '마음의 산물'?/붓다의 메시지 존평


자, 복잡한 사안을 두고 성굽하게 옳고 그름을 논하지 말자.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서구의 지식사회는 그들 나름의 제한된

틀 속에서나마 인간 생사관을 정립하려는 피나는 노력을 기울

이고 있다는 점이다.  또 종교를 가진 사람, 아니 가진 사람들을

막론하고 서구의 근대과학이 적지 않은 일정한 '세속 종교'의

구실까지 해내고 있다는 발견도 해볼 수 있다.  따라서 그들의

한계를 지적하고 나설 것이 아니라, 불교를 포함한 다양한 종

교들의 직무유기부터 탓해야 할 지 모른다.

 

그 점에서 만현 스님의 지적대로 현재의 한국 불교가 "마음

이 곧 부처요, 마음자리가 곧 극락"이며, "지옥과 극락이 따로

존재하는 실재가 아니라 우리 마음 속의 산물에 불과하다."는

식의 단순논리는 도무지 설자리가 없다.  그런 섣부른 단순논리

를 앞세울 경우 불교는 거의 유사 불교의 수준으로 떨어질 것

은 물론이고, 거기에 더해 올바른 생사관에 목말라하는 우리

시대의 갈증을 외면하는 결과를 빚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결과 혹세무민에 불과한 무당이나 도인들의 검증되지 아

니한 신통력에 빠져들어 헛 인생을 살 가능성도 농후하다.  확

실히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그런 믿거나 말거나 하는 세계에서

헤매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아니면 이 정신 없는 정보화의 세

계화 세상, 동시에 법이 죽어가는 말법의 세상에서 사람들

은 저 세상이란 없으며, 죽으면 모든 것이 끝이라고 믿는 극도

의 허무주의 속에서 그저 부대끼며 사는 것은 아닌지 모른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수행자들의 경우 무애라는 높은 경

지를 자신의 것인양 희롱하며, 음계를 지키지 않는 막행막식에

빠져들 가능성도 배졔할 수 없다.  반면 만현 스님의 메시지가

전하는 불교의 모습은 심히 장대 장려하다.  엄격한 위계를 가

진 장엄한 세계는 거의 전율스럽기 조차하다.  또 깨달음의 단

계와 맞춰 수미일관하는 틀을 가지고 정교하게 움직인다.  윤회

와 전생이란 불교의 핵심 가르침은 너무도 분명한 사실로 다가

온다.

 

이런 상황에서 지옥이나 하늘과 천상은 빼도 박도 못할 위계

질서 속에 층층으로 구분되어 있다.  54개 층의 하늘로 낱낱이

구분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하늘 세계란 모두가 윤회에

서 벗어나지 못한 세상에 불과하다.  훨씬 아래의 지옥도 존재

하며, 제대로 명부에도 들지 못해 중천을 떠도는 무주고혼들의

중음의 세계 역시 엄연하다.  반면 부처와 보살 역시 구체

적인 모습으로 존재한다.  이 대목이야말로 결정적으로 중요한

대목이다.

 

실은 적지 않은 불자들이 당혹스러워하는 핵심 대목이기도

한데,  만현 스님에게 부처와 보살들은 그저 추상적인 법신

의 개념으로 파악되는 것이 아니다.  구체적인 현존인 보신

의 차원에서 지금 여기에 여여하게 존재한다.  즉 석가모니 부

처는 지금도 인도 영축산의 영산정토에서 법을 설하고 있으며,

보살들을 교화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또 화두를 타파한 수행자가 자력의 힘으로, 즉 인간의 능력

으로 오를 수 있는 구경각의 단계는 아라한 단계일 뿐이

며, 그 이후 부처의 가피라는 타력의 힘으로 비로소 보살 단계

에 오를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다.  아라한이란 나를

죽이는 무아의 공부로 들어가 중생이 이룰 수 있는 최고의 경

지임이 분명하지만, 아라한의 단계는 결코 골인 지점이 아니다.

 

그 단계란 아직은 '작은 열반'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놓치면 안 될 대목은 이런 작은 열반이란 다양한 수행에서

가능한 세계이다.  경계가 온통 뒤집힘으로써 환해져 자성(마음자

리)이 드러나는 것은 조계종의 핵심 수행법인 간화선으로도 가

능하지만 남방 불교의 위빠나사 수행, 그리고 밀교 수행으로도

가능하다.  따라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아라한 단계 이후 '큰 열

반'의 세계다.  그 이후는 어떻게 될까?

 

 

 

 

 

 

출처/21세기 붓다의 메시지 존평 43~46쪽/조우석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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