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16일 수요일

한국 불교는 우물 안 개구리?/붓다의메시지 존평


 

한국 불교에 대한 이런 의문 속에서 만난 법문집 <<21세기

붓다의 메시지>> (자재 만현 스님 지음, 현지궁 현지사 펴냄)는 예사롭

지 않았다.  고백컨대 충격으로 다가왔다.  앞서 필자가 언급했던

오랜 의문에 일정 부분 실마리를 제공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이 법문집은 지금 한국 불교계의 오랜 '관습화됀 유산'을

뒤흔듣다.  가히 파천황이다.  냉정하게 말해 '한국 불교의 정체

성에 대한 도전이고, 자기 갱신을 요구하는 사자후'에 다름 아

니었다.  <만현 스님과 인터뷰 참조>

 

"한국 불교가 천 년 넘게 선 불교 영향을 받아서 많은 불자

들의 인식이 고착돼 있음을 잘 압니다.  선종과 대다수 불교학

자들은 마음이 곧 부처라는 말을 '마음을 깨치면 부처'라고 해

석합니다.  그러나 나는 견성이 공부의 시작에 불과하며, 부처를

이루는 머나먼 도정의 출발점에 불과하다고 선언하는 바입니다.

 

이 나라의 불교 가르침은 많이 왜곡돼 있습니다.  교학의 바탕

이 되는 불교 경전 공부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11족~12쪽)

 

만현 스님은 화두 참구 일변도로 진행되어 온 지금의 한국

불교 수행 방식에 '노!'를 분명히 하는데, 내가 보기에 만현 스

님의 이런 문제 제기는 지난 1981년 당시 조계종 종정이었던

성철 스님의 돈점노쟁과 일단 비견할 만하다. 아니 그 위력은

크게 앞선다.  20년 전의 돈점논쟁이 한국 불교 정체성 자체는

피해간 데 비해(아니 고착시킨 데 반해), 만현 스님 쪽은 훨씬 근

본적인 문제 제기로 시종한다.

 

이 점을 선명하게 의식하고 있기 때문에 그는 "내 문제 제기

는 불교 교학 발전의 한 획을 긋는 일"(13족)이라고 밝히고 있

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에 해당되는 자신의 법문은 먼 훗날

평가받을 것"(166쪽)이라는 발언도 던져 놓고 있다.  어쨌든 간에

만현 스님의 발언은 "불교사적으로주목할 만한 큰 사건"(156쪽)

이면서도 지금의 한국 불교계에 뜨거운 메시지다.  무엇보다 현

재의 한국 불교는 정연한 체계를 갖춘 정통 불교가 아니라 심

교, 즉 마음의 종교 수준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우선 강

렬하게 눈에 뜨인다.

 

왜 그럴까?  대승불교의 주요 경전인 <<법화경>> <<화엄경>>

등을 잘 읽으려 하지 않으니 교학에 어둡고, 거기에 나오는 생

사관을 포함한 핵심 교리들을 방편설 정도로 치지도외하는

몽매한 태도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법

문집은 '우물 안 불교'에 대한 정문일침이다.  자기의 오랜 수행

이력의 내공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도 당당하다.

 

"마음 밖에서 부처를 찾으려고 하는 것은 모래를 쪄서 밥을

구하는 것과 같다고 지금의 불교계에서는 말합니다.  이 마음이

곧 부처요, 마음자리가 곧 극락이라고 합니다.  (그 결과) 지옥과

극락을 마음 안에서만 찾으며 그것(지옥과 극락)은 따로 존재하는

실재가 아니라 우리 마음의 산물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때문에) 마음 밖에 엄연히 존재하는 지옥, 극락, 부처와 보살

등을 인정하지 않습니다."(40쪽)

 

"선은 자기 존재의 본성을 꿰뚫어 보는 것 정도로만 가르쳐

왔습니다.  그래서 지옥이란 것도 우리 마음의 산물로 (가볍게)

봅니다.  서방극락 역시 우주생명의 근원적인 바탕 정도록 봅니

다.  ----- (이런 식의 소박한 인식은) 자유와 평등의 정의사회를 구

현할 때 그곳이 바로 극락이라는 비약으로 연결됩니다.  관세음

보살, 관세음보살 하는 말도 우주 생명을 의인화한 것이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말합니다."(192쪽~193쪽 요약)

 

만현 스님은 이 같은 법설이 정법을 능멸하는 외도의 설이라

고 단언한다.  이를테면 선 불교 쪽에선 <<법화경>> 속에 등장

하는 족쇄, 독충, 귀신 등을 비유와 상징으로 해석해 왔다.  대

중교육을 위한 서적 상상력의 장치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다.

 

상황이 그러하니 <<법화경>> 11장 <견보탑품>, 15장 <종지

용출품> 그리고 16장 <여래수량품>, <<화엄경>>의 <세주묘

엄품> 을 '시성정각' 이후의 위대한 메시지를 문학작품

정도로 읽고 만다.

 

 

 

 

출처 / 21세기 붓다의 메시지 존평 /조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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